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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장육사(테이스티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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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편집]
테이스티 사가의 등장 식신. 모티브는 경장육사.용성 인관의 관장으로서 용성 인관의 탄생을 지켜 본 사람. 온화하고 자상하며 언제나 웃고있다. 경영에 능하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군자로, 놀이를 즐기러 인관을 빠져 나간다든지 방에 들어 박혀 그림책을 읽는 등 과하게 자유분방한 성정 탓에 부하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2. 초기 정보[편집]
3. 스킬[2][편집]
4. 평가[편집]
5. 대사[편집]
6. 배경 스토리[편집]
6.1. 1장. 세월[편집]
가느다란 허리에 청동 방울이 달려 있다. 허리가 음악의 리듬에 맞춰 흔들릴 때마다 방울도 가볍게 흔들리며 멋진 선율을 연주했다.
커다란 부채가 가볍게 흔들릴 때마다 얼음 조각의 냉기가 감돌며 여름의 더위가 가셨다.
나는 입을 벌려 무희가 껍질을 벗겨 먹여주는 옥색 구슬을 입에 머금었다. 차가운 포도가 입안에서 새콤달콤한 즙을 터뜨렸다.
아...... 역시 이런 한여름엔 기방에 있는 게 최고라니까.
「관장님~ 요즘 왜 이렇게 안 오셨어요~」
「아아, 미안 미안. 요즘 업무에 치여 사느라고 말이야. 그 대신 조만간 너희들에게 보옥을 보내 주마. 어때?」
「관장님, 약속하셨어요~」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그래, 약속.」
이렇게 무더운 날에까지 숨 막히는 서재에서 먹 냄새 가득한 서류들과 눈싸움을 계속하다 보면, 얼마 남지 않은 생기마저도 더위에 녹아버리고 말 터였다.
그에 비해 여기 여자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는 시원한 샘물 같았고, 춤추는 모습도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아름다웠다.
다만......
쿵쿵쿵ㅡㅡ
조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 발소리에 나는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가씨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나는 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셋...... 둘...... 하나......
「경장육사!!!!! 또 이런 데서 농땡이를!!」
「송자주, 지금까진 언제나 관장님이라고 불러줬었잖아...... 아아......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라더니...... 예쁜아, 포도 한 알만 더 다오~」
「어머, 송자주 님 오셨어요~? 관장님이랑 같이 앉지 그러세요~」
「아, 아가씨. 남녀가 유별한데! 과, 관장님!!」
「볼일이 있으면 관장님이고 없으면 경장육사인가. 이 관장은 슬프단다.」
「관장님?!!! 다, 다들 옷 똑바로 입으세요! 저, 저한테 달라붙지 마십시오!」
여자들은 계단을 뛰어 올라온 송자주를 웃으며 둘러쌌다. 하지만 송자주 이 숫기 없는 녀석은 여자들의 호의를 도통 받아들일 줄도 몰랐다.
그래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뻣뻣하게 굳은 녀석을 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지저귀는 「작은 새」들의 「둥지」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다람쥐를 끄집어낸 나는 턱을 괴고 그를 바라봤다. 아직도 넋이 나가 있는 송자주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내 웃음소리를 들은 송자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언제나의 차분하고 진지한 얼굴에 조급한 기색이 떠올랐다.
「경장육사!!!! 어서 따라 나오세요!!!! 종족 회의가 곧 시작된다고요!」
「알겠어~ 알겠어~ 가면 되잖아~」
6.2. 2장. 종족[편집]
맴맴맴ㅡㅡ
여름의 매미 소리는 낮이면 그칠 줄 모르고 울려댄다.
「주작님이 안 계신 지금, 우리 용성 가문이 네 종족의 우두머리가 되기는 어렵소!」
「내게 따질 겨를이 있다면, 종족의 옛 물건으로 장난질이나 해대는 당신네 쓰레기들이나 어떻게 좀 해보시오!」
「뭐라!! 지금 말 다 했소?!」
「내가 못할 말 했소? 당신들 때문에 네 종족 중에 우리 용성 가문의 입지가 이렇게 약해진 거요!」
맴맴맴ㅡㅡ
하아...... 여름은 다 좋은데, 벌레 울음소리가 너무 시끄럽단 말이지......
「그만들 하시지요. 아직 행방이 묘연한 주작 신물이 많습니다. 이대로 주작님이 신군으로 강림하시지 못하면, 우린 옥경의 주도권을 잃게 된단 말입니다......」
「옳소,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은 신물을 찾는 일이오.」
「흥, 허구한 날 그놈의 신물, 신물! 신물 얘긴 이제 꺼내지도 마시오! 지금껏 주작님의 털 한 올도 찾아내지 못했잖소! 지난번에도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더니 결국은 가짜였고!」
맴맴맴ㅡㅡ
아아...... 산매탕 맛있겠다. 죽통에 넣어서 우물이나 냉동실에 식혀 먹으면 더 맛있겠지.
돌아가는 길에 팥떡에게 말해둬야겠어......
「적당히들 하십시오! 다른 세 종족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집안싸움이나 할 땝니까!」
「하지만 주작님의 비호가 없으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그러니까 당장 신물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관장님! 관장님께서도 뭐라 말 좀 해보십시오!」
「관장님!」
고개를 들자, 도움을 구하는 눈빛도 적의에 찬 눈빛도 일제히 내게 쏠려 있었다.
「......뭐야?」
「관장님께서 결정해 주십시오! 계속해서 신물을 찾을지, 아니면......」
「신물을 찾아야지.」
「하지만 만약 찾지 못하면...... 다음 계승식에서 주작신군은......」
쾅ㅡㅡ
들고 있던 찻잔이 거칠게 책상에 놓이는 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다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뇌까지 녹아버린 건가?」
「......」
「아니면, 주작님이 만드신 용성 가문에는 그분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들만 모여 있나?」
「......」
「그것도 아니면, 우리는 주작님의 비호가 없으면 다른 부족들처럼 제 땅 하나 지켜내지 못한단 말인가?」
「...............실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다들 어리석기 짝이 없다. 언제쯤 시야가 넓어질는지......
물론 주작님의 힘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나, 자신의 길은 결국 스스로 직접 걸어가야 한다.
설사 그를 찾지 못할지라도, 계속해서 걸어가야 한단 말이다.
만약 주작님께서 우리 후손들이 그의 명성을 이다지도 더럽히고 있는 것을 아시면, 크게 분노하여 모두에게 불덩이를 날리실 터였다.
나는 여전히 태평하게 자신의 모든 기대를 주작님에게 걸고 있는 자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주작님은 찾아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돼. 할 말은 이것뿐이다. 오늘은 이만 해산하지. 날이 더우니 다들 식사하고 돌아가도록 해.」
사당을 나온 나는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흥, 식신 녀석이 잘난 척하기는. 그래봤자 결국 마스터의 명령을 곧이곧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개 주제에.」
그때 뒤에서 숨기려는 기색조차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있던 송자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그의 모습에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송자주? 왜 그래?」
「저들이......」
「아아, 괜찮아. 환주에 이런 옛말 들어본 적 없어?」
「네?」
「짖는 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 하물며 개가 짖는다고 해서, 개와 겨루기라도 할 것인가?」
송자주는 저도 모르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나는 뒤돌아볼 것도 없이, 조금 전까지 말하던 사람의 안색이 어떻게 변했을지 눈에 선했다.
틀림없이 흉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하아...... 왜 인간들은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짓을 하는지......
「하하, 이제 갈까~」
6.3. 3장.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법[편집]
붉은빛이 번쩍했다. 그러나 모두가 미처 기뻐하기도 전에, 붉고 따뜻한 빛을 발하던 옥병은 공기 중에서 먼지가 되어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
「으아아아아아아ㅡㅡㅡㅡㅡㅡㅡㅡ 또 가짜잖아!!!!!!」
「으아아아아아아, 대체 언제까지 찾아야 하는 거야?!!!」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아, 저어, 다들 녹두탕 좀 드세요. 어? 혹시 다치셨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쟁반을 든 채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온 팥떡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두 어린애를 보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냐. 바닥이 시원하다고 엎드려 있는 것뿐이야.」
나는 부채질을 하며 쟁반에서 녹두탕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음, 바로 이거야. 팥앙금 없이 맑은 국물에 각설탕 두 개를 넣고 우물에 넣어 식힌 녹두탕.
「아아아ㅡㅡ 관장ㅡㅡㅡㅡㅡㅡㅡㅡ 대체 언제쯤이면 주작 신물을 다 찾을 수 있는 거야......」
세냥청이 바닥에 늘어진 채 일어날 생각조차 않고 말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화밀전이 그를 노려보았다.
「빨리 일어나! 그렇게 계속 배를 차갑게 하다간 배탈 난다! 괜히 나중에 나한테 약 사오라고 할 생각 마!」
「으으, 속상하니까 그렇지ㅡㅡ 관장ㅡㅡㅡㅡ 송자주 형ㅡㅡㅡㅡ」
나는 세냥청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운 뒤 먼지가 묻은 그의 옷자락을 털어주었다.
「됐어. 이게 뭐 대수로운 일이라고. 조급해 하지 마.」
그런데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낡은 나무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부하들을 이끌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들어온 남자는 내가 아주 「신뢰」하고 있는 「오른팔」인, 인관의 부관장 명사희였다.
「아, 제가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요.」
이 녀석은 언제나 이렇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성미가 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 명백했다.
몇 마디 인사치레를 주고받은 뒤, 그는 소매에서 화장품 상자를 꺼냈다. 붉은 깃털이 닿자, 화장품 상자에서 아까 본 것과 같은 붉고 따뜻한 빛이 흘러나왔다.
「쳇, 어차피 저것도 가짜겠지.」
세냥청이 투덜거리자, 아니나 다를까 명사희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 중에서는 역시나 건방진 소리를 내뱉는 청년도 있었다.
「모두가 관장님처럼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네놈!」
두 사람이 다투려는 찰나, 명사희가 언제나처럼 그들을 제지했다.
「관장님께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계승식 건으로 고생하고 계신데 그런 불경한 발언이라니요!」
저 엄중한 모습. 역시 「든든」하기 그지없는 부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 그래! 명사희, 저번 지하 궁전 일 이후로 분명 계승식의 준비를 돕고 싶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내가 옥경 쪽에 연락해서 필요한 것은 모두 마련해 두었으니, 너는 바로 옥경에 가서 준비를 마무리하도록 해!」
나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는지, 순간적으로 명사희의 미간이 약간 찌푸려졌다.
「설마...... 하기 싫다고 하지 않겠지...... 이미 옥경의 신관님들과 준비를 마쳐놨는데 말이야......」
「......관장님이 모처럼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셨으니, 이 명사희도 반드시 그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부하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던 명사희는 다시 부하들을 거느리며 돌아갔다.
평소 명사희를 좋아하지 않던 송자주마저도 그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원하던 바였을 텐데, 왜 저런 반응을......」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보통 다른 사람도 무언가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아마 내가 무슨 음모라도 꾸미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을 거다.」
「어...... 그럼...... 관장님께선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명사희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데, 이렇게 중대한 일을 그에게 맡긴다는 것은......」
「음...... 계획이 있을지 없을지...... 맞춰보렴?」
「관장님!」
「하하하하하!! 진정해, 진정해! 날도 더운데 열 내지 말라구!」
6.4. 4장. 이익[편집]
「이번 계승식 때, 남령이 무사히 신군의 자리를 계승했습니다. 주작신군의 힘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네 종족의 문제도 일단 해결됐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계승식에 신성교가 나타난 일에 대해서는, 네 종족과 여러 세력에 알려 함께 조사하고 있습니다.」
「네가 처리한 일이라면 나야 언제나 안심이지. 고생했다.」
내 옆애 서 있던 송자주는 명사희가 떠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허, 자기가 저질러놓고 자기가 해결하듯 구는 모양새라니.」
「하하, 상관없겠지. 우리가 원하는 바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말이야.」
송자주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겉모습은 어리게 생긴 주제에 하는 짓은 영감이 따로 없다니까. 나는 참지 못하고 그의 뺨을 꼬집었다.
「웬 한숨이야? 자꾸 그러면 주름만 늘어난다.」
「.................」
나는 힘없는 그의 눈빛을 보곤 뺨을 긁적였다.
「크흠, 그러니까 내 말은, 가끔 어깨에 힘좀 빼고 있으라는 거야. 모든 일에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하지만...... 명사희에게 분명 무슨 꿍꿍이가......」
「이번 계승식에서, 네 종족 중에 가장 이득을 본 건 우리 용성 가문이야.」
「그래도......」
송자주의 눈에 망설이는 기색이 어렸다. 그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송자주, 물이 너무 맑아도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법이야.」
「하지만 그는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하는 일이 결국 용성에 이득이 된다면, 그가 무슨 일을 꾸미든 상관없지 않겠어?」
「......」
나는 송자주의 머리를 툭 쳤다. 언제나 침착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그 철없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지만, 그래도 이 녀석도 아직은 어린애다.
「너무 걱정하지 마, 모두 잘 될 테니까. 게다가 여기 내가 있잖아? 내가 있는 한은 절대 용성이 쇠퇴하게 두지 않아. 그러기 위해서라도 명사희 같은 인재가 용성 가문에 필요한 거고.」
「네...... 조언 감사합니다, 관장님.」
「됐어, 됐어.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라구.」
「그럼...... 요 며칠 사이의 업무 말입니다만......」
「앗! 그러고 보니 오늘 귀뚜라미 씨름 약속이 있었지 참. 먼저 실례할게!」
6.5. 5장. 경장육사[편집]
달이 밝고 별이 드문드문 빛나는 밤. 원래라면 달구경을 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의 용성 인관 관장은 여느 때와는 달리, 정원에 작은 탁자를 가져다 놓고 술을 마시며 안주를 집어 들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띤 경장육사는 병사들에게 겹겹이 보호되고 있는 정원에 앉아있었다.
「네가 봤어야 하는데! 송자주 그 녀석, 여자들한테 둘러싸이니까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새파래지더라니까! 그다음엔 하얗게 질리더니, 마지막엔 원숭이 엉덩이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거 있지!」
「하하하, 관장님 또 송자주 씨를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하하...... 콜록, 콜록콜록......」
경장육사가 보기 드물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화려한 예복에 겹겹이 싸인 연약한 청년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
「남령. 오늘은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는 게 어때.」
「한 달에 오늘 하루밖에 못 나오는걸요. 조금만 더 있게 해주세요.」
소매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꽉 쥐어져 있었다. 경장육사의 미소가 다소 굳어졌다.
「관장님, 왜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저는 관장님의 웃는 얼굴이 더 좋습니다.」
「남령. 내가 널 주작신군으로 추대한 것이 원망스럽지는 않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원망이라뇨? 환주의 평화를 지키는 게 제 평생의 소원이었는걸요.」
경장육사는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청년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자, 몰래 사탕을 챙겨왔어. 다른 사람한텐 비밀이야. 잔소리를 듣게 되니까 말이야.」
「네. 그럼 같이 나눠 먹어요.」
정원에서 나온 경장육사는 남령이 나눠준 사탕을 만지작거렸다. 이 동그란 사탕은 딱히 값비싼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서 파는 흔하디 흔한 사탕일 뿐이었다. 어쩐지 이 조그만 사탕에 조그만 그가 겹쳐 보였다.
「그런 걸 먹이면 그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몸은 평범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요.」
경장육사가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부관장, 여기까진 어쩐 일로?」
「신군님을 뵈러 왔지요.」
「그럼 나는 먼저 실례하지.」
그러나 명사희는 그를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관장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기둥 뒤에 서 있는 명사희의 표정은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경장육사는 알 수 있었다. 지금의 그의 얼굴에 평소와 같은 그 미소는 없었다.
친근해 보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계략으로 가득 찬 그 미소 말이다.
「당신은 어째서 항상 웃고 있습니까. 이 세상에 당신이 미소를 잃지 않을 만큼 좋은 일이 가득합니까?」
「그러는 너는 왜 항상 웃는 얼굴이지?」
「......」
경장육사는 손을 등지고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는 명사희가 처음 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조차도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지 못한다면,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웃을 수 있겠어?」
「......」
「내가 인상을 찌푸리면, 나를 믿는 사람들이 웃음거리가 되어버리잖아.」
경장육사는 소매를 툭툭 털고는 오늘따라 유달리 굳어 있는 자신의 뺨을 만졌다. 그리곤 이내 송자주가 본다면 질색했을 법한, 하지만 보고 있으면 안심되는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장육사, 전 역시 당신이 싫습니다.」
경장육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뒷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능글맞게 말했다.
「그래도 상관없어. 내가 널 좋아하거든. 어쨌든 넌 소중한 내 부관장이니까 말이야.」